어느새 리그가 9라운드 남았다. 프리미어 리그 29라운드 아스날은 첼시를 홈에서 만났다. 이전 경기 스탠포드 브릿지에서 했던 두 팀의 맞대결은 1:1 무승부. 챔스권 확정을 위하여 승점이 절실한 첼시와 사실상 종료된 리그 우승 경쟁에 살짝은 동기부여가 떨어질 아스날, 그러나 안타깝게도 양 팀 다 부상이 많은 상황이었다. 미켈 메리노의 코너킥 백헤딩 득점으로 아스날이 경기를 가져갔다.
이번 라운드 맨시티가 브라이튼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 승점 2점을 드랍했다. 이로 인해 4위 첼시와 5위 맨시티의 승점을 벌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첼시 또한 아스날에게 패배하면서 두 팀간 승점 차이는 1점. 시즌 종료까지 치열한 챔스권 경쟁이 예상된다. 더불어 이제는 1위와의 승점차보다 3위와의 승점차가 더 적은 아스날. 시즌 말까지 이제는 챔스권 자리 경쟁을 해야되는 상황이 되었다.
두 팀의 라인업을 살펴보자. 아스날은 기존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준비했고 첼시는 4231로 표기되어 있으나 변형 백3를 이용하여 포파나, 콜윌, 바디아실 쓰리백을 갖춘 형태에서 리스 제임스의 인버티드 풀백 움직임을 가져갔다. 사실상 미드필더처럼 활약.
아스날의 라인업부터 보면 골키퍼와 부동의 두 센터백을 중심으로 양 풀백에 스켈리와 팀버가 나왔다. 지난 PSV전 폼이 좋지 못했던 화이트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3미들은 아스날이 꺼낼 수 있는 최강의 패, 라이스-파티-외데고르가 나왔다. 최전방 쓰리톱은 트로사르-메리노-마르티넬리. 마르티넬리는 오랜만에 선발 복귀했다. 같은 자리에 뛰는 은와네리는 벤치에서 출발했고, 스털링의 경우에는 첼시 임대 선수로 이번 경기 임대 규정으로 출전할 수 없었다. 첼시 입장에서는 아쉬운 상황.
첼시의 라인업은 변형 백3형태로 출전이 예상되었다. 센터백 세 선수를 기용하고 리스 제임스와 쿠쿠렐라가 나왔다. 중앙은 엔조와 카이세도가, 전방 공격수 셋은 저번 경기 중거리 골을 득점한 네투, 은쿤쿠, 산초로 구성했다. 그 많던 첼시 선수진은 다 어디갔을까? 오늘 보니 쓰리백으로 나온 것도 좀 신기. 중앙 공격수도 없어 키 작은 센터포워드 은쿤쿠와 윙어 둘을 사용한 모습이다. 부상 선수 이력을 보면 답이 나온다.
마레스카 체제 아래에서 나쁘지 않은 스탯을 보여주던 잭슨 부상, 윙어로 좋은 폼을 보여주다가 부상을 입은 마두에케, 약물 이슈로 나올 수 없는 무드릭, 부상으로 포파나, 기우. 이러다보니 뛸 수 있는 선수가 은쿤쿠, 네투, 산초 그리고 어린이 타이릭 조지 뿐이었다. 아스날 만큼이나 내세울 수 있는 공격수의 수가 적은 첼시였다. 거기에 절정의 폼을 보여주다 최근 좀 조용했던 콜 파머는 근육 부상 이슈로 아예 명단 제외.
경기 전반적으로 첼시는 실수가 많은 모습이었다. 특히 골키퍼 산체스를 중심으로 미스가 많이 나왔다. 전반 8분 압박 받는 상황에서 전방으로 뿌린 패스가 좌측으로 스위칭한 마르티넬리에게 커트, 첼시 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능력에 비해 탐욕을 부린 마르티넬리의 골결정력 이슈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17분에는 은쿤쿠의 압박을 피해 올린 팀버의 크로스를 산체스가 긁어냈으나 세컨볼이 박스 내 빈공간에 떨어져 트로사르에게 위협적인 기회를 허용했다. 물론 득점엔 실패. 이 외에도 후방에서 볼 방출 상황에서 미스가 유독 많이 나왔다. 불안한 산체스의 발 밑을 노려 전반 내내 전반적으로 눌러주면서 압박하여 후방에서 볼 방출을 노려 좋은 기회를 많이 잡았던 아스날이다.
첼시는 아스날의 후방 빌드업을 앞선 두명의 공격수로 전방 압박을 넣었다. 앞 선에서 은쿤쿠와 네투가 전방 압박 방향을 잡고 뒤에는 네명의 선수가 한 줄을 잡았다. 상황에 따라 카이세도나 엔조, 리스제임스가 뛰어나와 셋 정도로 압박을 가져갔는데 효율적이지는 못했다. 외데고르, 스켈리가 변칙적인 위치를 가져가주면서 어렵지 않게 빌드업을 이어나갔다. 전체적으로 강한 태클로 빌드업을 눌러주려고 시도했던 첼시였으나, 선수 사이즈의 문제인지 성공적이지는 못했고 약간 거친 태클이 많이 나온 경기였다.
득점은 19분 경에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외데고르가 올려주고 반복해서 시도하던 니어 포스트 각에서 득점이 나왔다. 득점에 성공했던 세트피스 전술은 이번에는 골키퍼 앞 부분 다수의 선수가 스크린을 서주고 니어 포스트에서 코너킥을 받은 메리노가 백헤딩을 시도, 파포스트로 들어가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스크린을 통해 동선을 가로막아 헤딩 각을 만들던 아스날의 전술은 종종 거친 액션이 동반되면서 심판에 의해 저지되곤 하는데, 이번 세트피스는 깔끔했던 편. 이것도 상대 선수의 사이즈 이슈일 수 있다고 본다. 밀어내는 힘 자체가 약하다보니 쉽게 스크린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It was coming! Merino goal
byu/jordank58 inArsenalFC
아스날이 항상 고전하는 낮은 블럭으로 내려앉아 수비를 하고, 네투를 첨병으로 역습을 시도했으나 위력은 다소 떨어졌다. 일부 상황에서 수비 집중력이 떨어져 슈팅을 허용하긴 했으나 구조적인 이슈는 없었던 편. 전반 36분 롱볼로 전개된 첼시의 공격 패널티 아크 부분에서 슈팅을 시도했던 첼시, 블럭에도 불구하고 아다리의 힘을 받아 네투와 은쿤쿠, 쿠쿠렐라 까지 3연속 슈팅을 이어갔고 마지막 쿠쿠렐라의 슈팅이 라야의 무릎을 맞고 굴절, 자칫하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갈 뻔 했으나 아쉽게도 바깥으로 나갔다. 안도의 한숨을 쉬던 라야의 모습이 인상적.
아스날의 상징 우측 공격력부터 이야기해보자면 팀버의 움직임이 무척 좋았다. 마르티넬리는 번번히 쿠쿠렐라를 뚫어내지 못하고 게걸음만 걷곤 했는데, 팀버는 움직임으로 완전히 오픈 찬스를 맞아 크로스나 컷백을 편하게 내주는 장면이 많았다. 마르티넬리는 몇 번의 역습 기회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보였다. 여전히 땅을 보며 드리블하는 그의 모습은 누구도 속여낼 수 없을 것만 같다. 달리기 외에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상황에 따른 판단이 매번 아쉬웠다. 있을 땐 있는 데로 아쉽고 없으면 없는 데로 아쉬운 녀석이다. 외데고르는 상대적으로 몸이 여전히 무거운 모습. 그래도 이전 보다는 휴식을 가져갔는지 지난 몇 주 보다는 가벼운 모습이었지만, 실수가 많은 모습이다. 하지만 파트너가 마르티넬리였다는 점도 고려해보면 마냥 그의 탓을 하기도 어렵다 싶다. 후반 65분에는 역습 저지 상황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체력과 집중력이 부족한 상황에 대한 방증이라고 본다.
좌측 공격력을 보자면 트로사르가 아쉬웠다. 예전처럼 상대 압박을 가볍게 벗겨내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볼을 받았을 때 반드시 상대를 뚫고 앞으로 전진하지는 못하더라고 구조적으로 상대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위치로 볼을 가지고 운반해주던 선수였는데, 최근 판단력이 아쉽다. 반응 속도 부분도 이전보다 많이 떨어져보여 에이징 커브가 온 것일지 걱정. 스켈리와 라이스는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주었다. 특히 스켈리는 하프스페이스에서 볼을 받자마자 상대 한 두명을 반드시 달고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을 가져가 주었다. 좋은 시절의 사카처럼 상대의 더블팀을 유도해내는 선수. 수적 우세를 어떻게든 만들고자 하는 아르테타의 축구에서 반드시 필요한 타입의 선수. 다만 어그로가 끌렸을 때 조금 더 여유있게 다른 곳으로 볼을 돌려주어 기회를 만들어주는 모습도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가장 아쉬웠던건 역시 마르티넬리, 좋은 공간으로 달려가는 것들은 항상 좋으나 좋지 않은 온더볼과 그놈의 게걸음으로 번번히 기회를 날려먹는 상황이 많았다. 욕심 내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욕심내며 무리한 슈팅을 이어가는데, 그 상황에서 나온 똥슈팅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크다.
첼시는 포파나의 피지컬로 우측 공격을 통제하는 모습이었다. 몇몇 무리한 장면에서 빠르게 카드가 나왔다면 리스크가 커졌을텐데, 빠르게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서 긴 시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종종 보여주는 좋은 롱패스도 위협적. 쿠쿠렐라는 공수 모든 장면에서 위협적이였다. 아스날에서 쿠쿠렐라를 상대로 일대일을 벗겨낼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빠르게 빈 공간에서 받거나, 구조적으로 마크를 벗겨내는 것이 아니면 전반적으로 쿠쿠렐라 쪽에서의 공격은 어려웠던 편. 좋은 선수다.
3미들 형태로 뛴 것이나 다름 없는 엔조-리스 제임스- 카이세도는 나쁘지 않았다. 카이세도가 특히 좋았는데,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가볍게 볼을 순환시켜주는 장면이 많았다. 엔조는 부족한 피지컬을 강한 태클로 메우려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남미 선수 특유의 언제나 억울해하는 모습이 인상적. 살짝 윗 포지션에서 뛰는 장면이 많았는데 슈팅이 매번 골대 바깥으로 튀어나가서 아쉬웠다. 쓰기 까다로운 선수 같은 느낌. 역시 베스트는 살짝 더 낮은 위치에서 뛰고 파머가 앞 선에 뛰는게 더 좋아보인다. 울며 겨자먹기로 올려쓸 때마다 아쉬운 느낌.
네투-산초-은쿤쿠의 경우 구색이 맞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네투는 빠른 발을 이용해서 빈 공간에서 볼을 받았을 때 어떻게든 공간을 파주고, 공격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난 일전에 비해서 슈팅력은 다소 아쉬웠다. 산초와 은쿤쿠도 특별히 위협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주지 못했다. 공격진 간에 합이 좋다고 할 수 없는 모습.
아스날이 결국 무실점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수비적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첼시의 공격력 부족으로 결국 아스날 뚫어내지 못하면서 전반 세트피스 골이 그대로 위닝골이 되었다.
아스날은 교체를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79분 마르티넬리를 은와네리로 바꿔주었는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 마르티넬리가 수비 가담도 좋았지만 매번 아쉬운 모습이다. 계륵같은 선수. 은와네리를 아껴쓰는 것인지 그래도 마르티넬리를 신임하는 것인지 판단이 어려운 경기였다. 사후 평가를 해보자면 베스트 라인업은 마르티넬리-메리노-은와네리가 아니였을지? 마르티넬리에게는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려우니, 오히려 트로사르의 빠른 폼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첼시는 부상 선수가 많아 교체를 통해 변화를 줄 여지가 많지 않았다. 벤치에 있던 미드필더, 공격수는 모두 사용했다. 심지어 타이릭 조지 선수는 19살 윙어. 듀스베리홀도 나와서 이렇다할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후 교체도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윙백을 바꿔주었다. 경기 마지막에 오히려 에너지가 빠져 내려앉는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
What a fucking player
byu/DRAGONNIGHT_10 inArsenalFC
경기 종료 직전 첼시의 마레스카 감독은 팀버에게 귓속말로 대화를 거는 희한한 장면을 연출했다. 마지막에 악수까지 인상적. 지난 투헬 감독이 토트넘과의 무승부 이후 콘테에게 화를 내던 장면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신기한 사람.
두 팀 다 약한 공격력을 보여줬지만 결국 세트피스 한 방으로 경기를 가져간 아스날이었다. 전반적으로 심판이 너그러운 판정을 보여주면서 양 팀 다 강하게 충돌했던 경기였다. 부진했던 공격력을 역사적으로도 약이었던 세트피스로 극복했던 아스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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